Search

[매거진] 김강선이 그리는 '원 클럽 맨'의 미래 “수비로 한 획은 꼭 그어야죠” - 점프볼

doublessentertainment.blogspot.com

 

[점프볼=김용호 기자] 프로 생활에 있어 원 클럽 맨으로 기억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강선은 2009-2010시즌 대구 오리온스 시절에 입단해 고양 오리온에 이르기까지, 우승부터 꼴찌까지 경험해 본, 그야말로 팀의 산증인이 됐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강선은 2020-2021시즌부터는 팀의 최고참으로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은퇴하는 날까지 오리온에 입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김강선, 그는 리그에서 알아주는 ‘3&D’ 플레이어로 커리어를 마치고 싶다는 자신만의 목표도 들려주었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Q. 벌써 오리온에서 10시즌을 보냈습니다. 비시즌도 10번째인데 어떠신가요.
처음 입단했을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죠. 신인 때는 김병철 수석코치님이 함께 뛰는 선수였는데, 이제는 제가 최고참이 됐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는데 신인 때는 생각보다 출전 기회를 많이 받아서 재밌기도 했고,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에는 팀컬러가 바뀌면서 힘들기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니 팀이 정말 많이 바뀌긴 했네요(웃음).

Q. 말씀하신대로 최고참이 됐습니다. 비시즌을 맞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제 운동부터 열심히 하면서 동생들이 부족한 게 있으면 도와주는데, 아무래도 (허)일영이가 주장이니 저는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인 것 같아요. 사실 시대가 바뀌기도 해서 최고참이라는 의미가 크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Q. 한 팀에서만 뛴 ‘원 클럽 맨’인데요. 데뷔 당시에도 이렇게 오래 오리온에서만 뛰게 될 것이라 예상했는지요? 

신인 때는 그런 생각보단 그저 승리가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데뷔 시즌에 팀이 꼴찌를 했거든요(웃음). 그저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었기에 1승만 해도 너무 좋았어요. 그 후로 시간이 지나면서도 오리온에 이렇게 오래 있을 거란 상상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땐 다른 팀으로 이적할 거란 생각도 했었거든요. 선수 생활에 한 번은 이적이 있지 않을까란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막상 오리온에 오래 있다 보니 은퇴하는 날까지 계속 있고 싶네요.

Q. 지난 시즌에는 허일영 선수와 함께 입단 10주년 이벤트까지 있었어요.
이제 은퇴는 꼭 오리온에서 해야겠단 생각입니다(웃음). 10주년 이벤트를 받을 때는 친한 팬들도 ‘오늘 은퇴하냐’라고 하더라고요. 기념 케이크도 받고, 사진도 찍었는데 진짜 은퇴하는 날에도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수로서 팬들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거 아닐까요. 이벤트를 준비해주셨던 구단에도 너무 감사했어요.
 

 

사실, 김강선이 오리온의 원 클럽 맨으로 살아오는 동안 평탄한 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팀의 성적도 요동쳤지만, 개인의 인생곡선에 있어서도 굴곡이 많았다. 특히, 김강선이 식스맨으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2017-2018시즌, 그는 정규리그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26번째 경기에서 왼쪽 발목이 꺾이는 대형 부상을 당했다. 큰 좌절이 찾아올법한 상황. 그럼에도 김강선은 고꾸라지지 않았다. 부지런히 재활에 임했고, 오리온의 필수 퍼즐 조각으로 자리매김했다.


Q. 발목 부상을 당했던 그때,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에 더 아쉬웠을 것 같아요.
FA 재계약을 맺은 첫 시즌에 너무 못했어요. 그래서 그 다음 시즌에는 어떻게든 잘해보자는 마음이었죠. 3~4달에 걸쳐 체중도 10kg 정도 감량하고, 근육량은 늘리면서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덕분에 몸이 정말 좋은 상태로 개막을 맞이했고요. 그런데 시즌을 반도 뛰지 못하고 다쳤어요. 준비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아직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에요. 큰 부상을 처음 당해봤거든요. 아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다시 준비해보자고 했는데, 그저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Q. 다행히 복귀는 성공적이었어요. 큰 부상을 이겨낸 비결이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저는 수술을 받은 후에 발목이 정말 좋아졌어요. 아프지가 않았죠. 그리고 팀에 합류했는데 새롭게 온 외국선수가 대릴 먼로였어요. 먼로와 미국 전지훈련에서 만났을 때부터 뭔가 잘 맞는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패스 능력이 좋은 선수라 제가 많이 받아먹기도 했고요. 눈만 마주쳐도 패스를 쏙쏙 넣어줬는데, 좋은 동료를 만난 덕분에 분위기가 쳐지지 않으면서 복귀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부상 외에도 선수 생활 중에 또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면요.
2015년 결혼을 한 직후에 조금 힘들었죠. 팀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했지만, 경기도 많이 못 뛰었으니까요(2015-2016시즌, 37경기 평균 6분 6초). 팀원으로서는 기쁘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힘들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곧 있으면 2세 소식도 있고, 이제는 철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열심히 운동하고 집에 가서 에어컨을 켜놓고 아내와 맛있는 밥을 먹는 게 너무 좋아요. 이러려고 돈을 버는 거죠(웃음). 그래서 더 오래 농구를 하고 싶어요.

Q. 오래라면 언제까지 현역을 목표로 하시는 건가요?
그 목표를 세운지는 오래되지 않았어요. 사실 (박)상오 형이 우리 팀에 오면서 저희 집 바로 옆단지로 이사를 했거든요. 그래서 항상 붙어 다녔었는데, 얘기도 많이 하고 술도 마시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어요. 그때 저도 상오형 나이 정도까지는 선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우여곡절 끝에 준비 중인 자신의 11번째 시즌. 그는 2019-2020시즌을 앞두고 가졌던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은퇴하기 전에 상 한 번은 받아야죠”라며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그가 구체적으로 노렸던(?) 상은 바로 수비5걸상. 지난 시즌에는 팀원이었던 이승현과 장재석(현대모비스 이적)이 그 주인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목표이기도 했기에 베테랑으로서 더 자극이 되었을 터. 그런 만큼 김강선도 여전히 확고했다.


Q. 은퇴 전 상을 꼭 받겠다던 목표가 아직도 인상적입니다.
여전히 제 목표는 수비5걸상을 받는 거예요. 제가 득점 1위나 MVP에 도전할 건 아니잖아요. 수비로는 상을 한 번 꼭 타보고 싶어요. 그런데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나름 열심히 했는데…. 일단은 팀원으로서 팀을 잘 나가게 돕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그래야 제 개인적인 플레이도 돋보이게 될 테니까요. 팀이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되면 저도 상을 받을 기회가 한 번 오지 않을까요? 하하.

Q. 목표가 워낙 확고한데, 사실 원래 수비에 특화된 선수는 아니었잖아요.
그렇죠. 수비에 더 많은 힘을 쏟기 시작한 건 추일승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였어요. 감독님이 팀 컬러를 재정립하시면서 저에게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며 전문 수비를 한 번 맡아보라고 하셨거든요. 미션을 받고 몇 시즌을 뛰다보니 이제는 제가 수비에 욕심을 내게 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 상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죠.

Q. 뒤늦게 걸은 길인만큼 수비에 있어 본받고 싶은 선배도 있었나요?
아무래도 (신)명호 형이 수비를 잘하잖아요. 명호 형의 실력까지는 가지 못하겠죠. 형은 이미 수비로 많은 상도 받으면서 커리어를 꾸준히 채웠으니까요. 그래도 그 능력을 본받고 싶긴 해요. 제가 은퇴를 하게 돼도 ‘이 선수는 수비 좀 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거든요. 뭔가 하나라도 KBL에 제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 그래야 프로로서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Q. 새로 오신 강을준 감독님도 여전히 수비를 주문하시나요?
아직 감독님의 성향을 모두 파악한 건 아니지만, 공격을 주문하시면서도 저에게는 수비를 강조하세요. 상대 주득점원을 맡아야하니 미리 공부도 많이 해보라 하시고요. 10점을 넣는 선수를 5점만 넣게 하면 잘 하는 거라고, 개막 전까지 많은 연구를 해보라고 응원해주시죠.

Q. 김강선 선수가 오리온의 앞선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뚜렷한 것 같은데, 올 시즌 가드진에 변화가 좀 있어요.
새로온 (이)대성이는 워낙 잘 하는 선수고, (한)호빈이도 아프지만 않으면 자기 역할을 다 할 선수에요. 재활을 마친 (박)재현이도 마찬가지고요. (전)성환이도 더 배워야할 게 많지만 루키로서 잠재력이 있죠. 감독님이 앞선 멤버를 어떻게 꾸리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있어 이 선수들과의 경쟁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수비라는 기본적인 롤을 수행하면서 후배들의 장점도 흡수한다면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동생들이 공격을 잘하다보니 저는 수비를 자신 있게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에요. 

 

2020년, 김강선의 한국 나이는 35살. 그가 목표로 하는 박상오의 나이까지는 5년이 남았다. 베테랑의 입장에서 결코 장담하기 쉬운 시간은 아니다. 하나, 김강선은 걱정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면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장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많은 오리온팬들이 인정하고 있는 원 클럽 맨. 그는 어떤 마무리를 그리고 있을까.


Q. 오리온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남기고 싶으신가요?
일단 제가 내년에 다시 FA 자격을 얻게 되요. 오리온에서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고 싶은데, 은퇴 전까지 좋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며 우승 트로피를 한 번 더 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 우승 시즌에 제가 수비상을 받고요(웃음). 최대한 좋은 추억으로 웃으면서 은퇴하고 싶죠.

Q. 선수로서 갖고 싶은 이미지도 있을 텐데요.
최고의 ‘3&D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요. 경기를 뛰면서 찬스가 나면 무조건 한 방을 터뜨려 줄 수 있는 그런 선수요. 최우선 목표인 수비도 하면서 팀이 필요로 할 때 한 방을 해주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농구선수로서 행복하게 커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은데, 꼭 더 나아져서 3&D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싶어요.

Q. 수비에 이어 3점슛에 의욕을 보이니, 지난 시즌 올스타전 3점슛 콘테스트가 생각나네요.
제가 그때 결선에서 마지막 슛을 너무 빨리 쐈어요. 아내도, 선수들도, 친구들도 다 연락이 와서 욕을 하더라고요. 하하. 마지막 공을 그렇게 내던질 수가 있냐면서요. 신인 때 루키들끼리 하는 이벤트 경기를 제외하고는 올스타전에 처음 나가본 거였는데 너무 좋은 추억이었어요. 다음 올스타전에도 또 3점슛 콘테스트에 불러주시면 이번엔 더 잘 할 자신이 있어요.

Q. 그 목표까지도 모두 이루시길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10시즌이라는 오랜 시간을 버티게 해준 고마운 분들에게 인사를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해볼까요.
프로 첫 시즌부터 함께 생활해준 일영이와는 서로 기울인 노력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또,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내가 정말 힘들게 지냈어요. 제 밥을 챙긴다고 고생을 했는데, 평생 갚아나가야 할 고마움이죠. 그리고 제가 기댈 수 있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준 상오 형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이 세 사람뿐만 아니라 저를 지지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정말 많은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남은 시간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BONUS ONE SHOT | 김강선과 허일영은 친구가 아니었다?

김강선과 허일영의 투샷을 봐온 농구팬들이라면, 이들이 그저 오래된 절친 같이 느껴질 것이다. 2009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 8순위로 나란히 입단해 여태껏 함께 뛰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둘의 프로필을 살펴보자. 김강선은 1986년 10월 14일생이고, 허일영은 1985년 8월 5일 생이다. 무려 1년 2개월이나 차이나는 이들이 어떻게 친구가 된 걸까.

인터뷰 도중 김강선은 ‘일영이’라는 호칭을 쓰며 순간 흠칫하는 모습이었다. 이내 그는 “중학교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일영이 형’이었어요. 대경중 시절에 부산 경남중으로 연습경기를 다니면서 엄청 친해졌죠. 서로의 집에서 잘 정도로 가까웠는데, 제가 대경정산고, 일영이가 동아고로 진학하고 나서는 한 번도 경기에서 붙지를 않더라고요. 그러다 대학을 갔는데, 그 사이에 일영이가 1년 유급을 하는 바람에 같은 학번이 된 거에요. 저 때는 대학에서 학번이 같으면 무조건 반말을 하라고 했거든요. 졸지에 형에서 친구가 됐죠”라며 절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일영이가 술만 마시면 1년 2개월이나 차이 나는데, 싸가지 없게 반말을 한다고 뭐라해요”라며 환히 웃어보였다.

그렇게 형-동생에서 친구가 된 둘은 이제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허일영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내다본 김강선은 “저에게 허일영이란 마지막까지 함께했으면 하는 사람이에요. 농구계의 소울메이트죠. 일영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요. 하하.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앞으로 은퇴하는 날까지도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진심어린 한 마디를 전했다.

김강선 프로필_
1986년 10월 14일생, 가드, 188cm/82kg, 동산초-대경중-대경상고-동국대-오리온(1라운드 8순위)

#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이청하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ugust 29, 2020 at 12:18PM
https://ift.tt/3jr009l

[매거진] 김강선이 그리는 '원 클럽 맨'의 미래 “수비로 한 획은 꼭 그어야죠” - 점프볼

https://ift.tt/2MUTrxF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매거진] 김강선이 그리는 '원 클럽 맨'의 미래 “수비로 한 획은 꼭 그어야죠” - 점프볼"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