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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소년 농구 발전 위한 기획자가 되고파" PEC 유소년 농구클럽 이지환 코치 - 점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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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이지환 코치는 지난 2007년 수원 PEC스포츠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15년 가까이 경력을 쌓으며 여자농구 저변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그가 맡아온 'PEC Girls'는 클럽팀을 넘어서 이제는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비전문가의 시선에서 유소년 농구를 위한 컨텐츠들을 하나둘씩 개발해온 그는 수원 광교에서 가진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부지런히 유소년 농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Q. PEC 스포츠 클럽과 함께 한 지 15년 가까이 됐습니다. 유소년 농구 지도자로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27살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30대 중반이 되고 마흔이 넘어서까지 이 일을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좋았지만, 아무래도 종목 특성상 나이가 들면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외국 캠프에 나가 여러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그런 걱정이 싹 사라지게 됐습니다. 일본에는 저에게도 아버지뻘의 지도자가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미국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지도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도자의 철학에 따라 부모와 아이들로부터 존경받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지도자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던 거죠.

 

Q. 5년 전부터는 PEC Girls 여자농구 대표팀의 총감독을 맡아왔습니다. 여자농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스포츠 교육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교육에서도 배울 점들이 충분히 많지만, 운동을 통한 교육은 또 다르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남자 아이들에 비해 여자 아이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너무나도 부족해요. 지금이야 예전에 비해 인프라가 발전해 좋은 환경에서 농구를 배우는 여자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10년 전만 해도 여자 아이들은 이 분야에서 소외 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어요. 개인적으로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에 비해 실력차가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 농구를 못해도 노력을 통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해요. 농구를 하고 싶어하는 여자 아이들을 좋은 선수로 키워 낼 자신도 있었고요.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이 ‘PEC Girls’였습니다. 

 

Q. PEC Girls는 어떤 팀인가요?

 

농구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모인 농구클럽이에요. 취미로 농구를 즐기는 스포츠클럽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수원 W라는 팀명으로 WKBL에서 주최하고 있는 클럽대회에 주로 참가하고 있고, 또 이 밖에도 매년 ‘트리플더블’과 같은 농구 페스티벌에 참가해 드리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Q. WKBL이 주최하는 리그전과 최강전을 비롯해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휩쓸면서 유소녀 농구의 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많은 분들이 하는 얘기에요. ‘PEC는 어떤 식으로 연습하길래 그렇게 잘하나~’라고 물어보시죠. 하지만 우승을 많이 하는 팀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승의 짜릿함을 한번 맛보게 되면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돼요. 그래서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하죠. 또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실력이 더 뛰어난 고학년과 남자 아이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기도 합니다. 물론 진 적이 많긴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더 강해지게 됐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어떤 대회를 출전한다고 하면 대진을 비롯해 상대 팀의 성향과 심판 판정 등 각종 변수들을 모두 머릿속에 그리곤 합니다. 

 

 

Q. 각종 유소년 농구대회나 이벤트 경기를 취재 다니면서 PEC Girls 학생들의 플레이를 보면 유독 드리블 실력이 능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평소에 드리블 훈련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요. PEC 만의 훈련 노하우라도 있는 것일까요?

 

처음 농구공을 잡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농구를 어려워합니다. 우선 워킹과 더블드리블이라는 기본적인 룰에 의해 공을 다루는 데 제약이 있다보니 쉽게 움직이지를 못하죠. 공을 갖고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드리블이 필요해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드리블을 가르친다고 하면 그저 화려함만 추구한다고 오해를 하는 편이에요. 처음 농구를 접하는 아이들은 일단 공과 친해져야 농구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또 재미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PEC에 처음 오는 아이들은 가장 먼저 레그스루 드리블부터 시작합니다. 레그스루 드리블을 어느 정도 익히면 양손으로 드리블이 가능하고, 왼쪽, 오른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패스나 시야적인 부분도 자연스럽게 향상됩니다. 

또, 드리블 훈련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큰 효과가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성인들만큼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오지 못해요. 저희도 저학년 아이들끼리 자체 경기를 하면 10명 중 8명은 우격다짐 형태로 득점을 올리곤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골은 잘 못 넣어도, 레그스루 드리블 하나 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해요. 학부모 입장에서도 우리 아이가 레그스루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수를 제치는 장면들을 보면서 ‘아 우리 아이가 뭐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아이들이 농구의 재미를 느끼는 데는 드리블만큼 좋은 훈련이 없다고 봐요. 

 

Q. PEC Girls는 어떤 존재인가요?

 

제가 더 발전할 수 있게끔 채찍질하고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할까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과 또 우승을 차지했을 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스스로도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됐죠. PEC Girls 아이들을 5년 간 이끌면서 공부하며 배운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고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들은 아이들 없이는 절대로 해낼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저와 함께 땀 흘리며 노력한 아이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활동을 쭉 이어올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요.

 

 

Q. 지도자로서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15년 가까이 이 곳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지도해 본 바로는 농구를 잘하건 못하건 간에 아이들마다 한 가지씩 장점을 갖고 있는 거예요. 보통 득점을 잘하는 에이스가 있는 반면, 실력이 조금 부족한 아이들도 있기 마련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농구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게끔 옆에서 서포트 하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렇듯 보완점을 지적하기보다는 강점을 찾아서 극대화하거나 칭찬하는 것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공격과 수비, 각기 다른 장점이 서로 모여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이것만큼 좋은 그림이 있을까요. 농구는 결국 팀 스포츠에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서로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또 이는 더 나아가 성인이 되어 사회성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캠프를 다녀오면서 느낀 부분인데, 미국은 지도자의 인격적인 부분을 굉장히 중요시 여겨요. 미국 지도자들은 모든 아이들에게 공정하게 대합니다. 또 성장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크게 남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미국은 선수 출신 코치보다 비선수 출신 코치들이 더 인정받기도 합니다.

 

 

Q. 화제를 바꿔서, 지난 1월에 열렸던 유소년 농구 포럼에서는 클럽팀을 대표해 패널로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포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땠나요?

 

그동안 농구계에 속한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유소년 육성을 외쳤지만, 정작 이렇다 할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농구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유소년 농구를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봅니다. 물론 더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 못해 작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클럽과 엘리트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언젠가는 상생의 해결 방안이 나올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신선하고 건강한 느낌을 줬다고 봐요.

 

Q. 지난 포럼의 핵심 주제는 클럽과 엘리트농구의 상생이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클럽과 엘리트농구의 상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먼저 장기적으로는 클럽과 엘리트농구가 뜻을 모아 협의체를 구성해 모두가 동일한 목표의식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두 번째로는 대회 개최에요. 클럽과 엘리트 농구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통합을 통해 서로 이해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대회 개최가 가장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네요. 다만 무분별하게 모든 팀이 대회에 참가하면 경쟁 구도로 변질돼 자칫 상생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해요. 현재로선 실력차가 비교적 적은 저학년들 위주의 대회를 먼저 개최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지도자들도 책임감을 갖고 컨텐츠 개발에 앞장 서야한다고 봅니다. 유소년 지도자가 아닌 컨텐츠를 제작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이밖에 미디어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앞선 언급한 것들이 잘 이뤄진다면 한국 유소년 농구의 기틀을 잘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기획자로서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컨텐츠가 있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고 농구가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절대로 한국의 아이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실력이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동안 제가 가르친 제자들을 보더라도 어릴 때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다가도 중, 고등학교 때 농구의 재미를 더 이상 못 느껴 그만두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결국 환경적인 문제인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농구를 즐길 수 있는지, 농구계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미국 NCAA 파이널 포와 같은 전국적인 대회를 한국 중고농구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학교 응원단을 동원해 대회를 개최한다면 충분히 흥행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안 돼, 안 돼’라고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일단 시도부터 해보자는거죠. 여기서 제2, 제3의 이현중과 양재민이 나오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농구를 갓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꿈의 무대가 될 수 있겠네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자 아이들이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스포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어요. 이와 더불어 선진국의 시스템을 좇는 것만이 아닌 현재 한국 문화와 정서에 맞는 한국만의 선진화 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박스 | 이지환 코치는…

1981년생인 이지환 코치는 경희대 스포츠의학과를 졸업해 2006년 PEC스포츠클럽에 입사했다. 유소년 농구에서 15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는 동시에 여자농구 저변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는 PEC 걸스(Girls)의 총 감독을 맡고 있으며, W-클럽 대표팀 감독을 두 차례 역임하기도 했다. 

 

#사진_본인 제공, 점프볼DB(문복주 기자)

 

점프볼 / 서호민 기자 syb2233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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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2, 2020 at 12:1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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